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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 project/包靑天

<청룡주><어미인> 공정한 사람과 다정한 사람

두 에피소드에서 전조는 모두 생사를 넘나들었고, 포증은 그 일에 본의로든 타의로든 깊게 개입되어 있었다. 청룡주 편에서는 전조를 재판하여 사형을 선고해야할 판이었고, 어미인 편에서는 모모가 포증을 잡기 위한 준비단계로 전조를 잡아다 맥을 전부 끊어놓기까지 한다.
포증에게 있어서의 전조는 더없이 충직한 자신의 오른팔이었을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당연히 생존에 방해가 된다면 잘라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전조 스스로가 그 사실을 너무나 명확하게 인정하고 있었다. 전조가 죽어야했다면, 그 이유는 순전히 재판을 맡은 사람이 포증이었기 때문이다. 황명을 거역했다고 하더라도 전조와 장룡 조호는 마음에 전혀 거리낄 것이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죽게 되었다는 사실 외에는 책임감을 느낄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포증이 재판을 맡은 이 시점에서 도주라도 했다가는 최악의 경우 포증이 책임을 지고 파직되어야 한다. 전조는 포증이 숱한 백성들을 구해낼 인물임을 굳게 믿고 있었고, 자신이 죽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빛이 되어줄 포증만은 조금도 다치지 않게 하려고 한다. 그래서 기꺼이 포증의 작두날 아래 목을 내놓으려 했다.

악천구의 말에 어디 틀린 구석이 있던가? 낮잠 좋아하는 현령이 백성들을 한번쯤 다시 돌아보게 만들 정도로 의기가 깊던 전조다. 그래서 꼼짝없이 죽어야했던 사람 수십명을 살려냈는데, 이제 그가 다른 이들을 대신해서 죽어줘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왜? 황명으로 무고한 사람을 죽이면 무죄이고, 황명을 거역하고 무고한 사람을 살려주면 유죄인데, 황명을 거역했기 때문에.

포증도 전조도 마음 속으로는 그것이 잘못한 일이 아님을 안다. 그 일로 숱한 사람을 살렸고, 그 명령이 지켜지지 않고도 태후는 살아났다. 그러니 도리어 잘한 일이다. 전조는 따지자면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다. 자기 마음만 편하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타들어가는 것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상황 판단이 빠르고 해야할 바를 아는 거지만, 나쁘게 말하면 지독한 이기주의자이다. 전조는 그래서 섭씨 일가를 죽이라는 명령을 거부했고, 장룡과 조호는 자연스럽게 그를 따른다. 명령을 거부해서 항명죄로 처형을 당해, 개봉부 식구들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슬퍼하거나 말거나 그 쪽을 선택하는 게 전조의 마음이 편했던 것. 그래서 그는 마음에는 아무 거리낌이 없는데도 포증에게 기꺼이 죽여달라고 청한다.

포증으로서는,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아끼는 부하 전조가 백성들을 구해내기 위해 항명한 것은 전조의 일이지, 자신의 일이 아니었다. 물론 유감스러운 일이기는 해도 법대로 처결하면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올 일은 없다. 그러니 처형은 한다. 다만 내키는 일은 절대 아니니 시간이라도 조금 끌어보자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운이 좋아 그 사이에 황제의 마음이 움직여 전조가 살아날 수 있었고, 포증은 황제에게 간청을 해 보거나 다른 수를 쓸 것도 없이 그를 죽일 생각이었다. 확실히 그는 공정했다. 그래서 공무에는 전혀 사심을 개입시키지 않았다. 그는 부하들에게조차 인정을 두어 잘못을 덮어주거나 하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포증이 판에 박은듯이 반듯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한 나머지 공적인 부분에만 매달려 수하들에게 자신이 베풀 것들을 전혀 남기지 않은 사람이라면, 전조는 늘 그 사이에서 갈등해온 사람이다. 공사구분이 명확하다는 건 백옥당과 비교되었을 경우에나 해당되는 사항이고, 사실은 도리어 사적인 부분에 치중해있다. 연채운을 놓아준 것도 그렇고, 애당초 그가 포증을 섬기는 것 자체가 포증을 배반할 수 없다는 사적인 면모이다. 황제에게 직접 어전호위직을 받았다는 사람이 죽기 직전에 내세에 충성하겠다고 맹세한 대상이 황제가 아닌 포증이라는 것 자체가 어폐가 아닌가. 어미인 편에서 모모에게 잡혀있을 때도 피차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세상에 전조는 없어도 되지만 포증은 있어야한다며, 목단에게 자신은 놔두고 혼자 탈출하여 개봉부에 가 줄 것을 간청하기까지 한다. 목단에게 했던 말을 내뱉을 수 있다는데서, 포증이 전조에게 어느 정도의 무게인지 짐작케 해준다.

왕조는 법정에서 울먹이며 차마 전조를 불러내지도 못한다. 하지만 포증은 전조가 지금껏 자신을 위해 충성을 다한 사람이라는 것과, 전조의 항명죄에 대한 처벌이 사형이라는 사실밖에는 모른다. 가급적이면 그를 살려주고 싶기는 한데, 그게 자기자신을 깎아내려가면서는 아니다. 포증이 고의로 시간을 약간 끌기는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그를 죽이고야 말았을 것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입장에 맞게 이 상황을 이해하고 풀어나갔다.

그런데 만약 두 사람의 상황이 바뀌었다면? 황명을 거역한 것이 포증 쪽이었고, 체포명령을 받은 것이 전조였다면 어땠을까? 전조는 아마 최선을 다해 포증을 떠나보내고는 대신 돌아가서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며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나설텐데, 이런 반대 상황까지도 눈에 빤히 들어오는 게 문제다.

두 사람의 입장차이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포증은 주변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들에게 너무 매정했다. 청룡주 편에서 그 충성스러운 부하를 결국 죽일뻔한 지경까지 이르도록 일을 만들어가면서, 어미인 편에서는 천리를 거스른 잉어 한 마리를 살려보겠다고 목숨을 건다. 포증도 전조를 굳게 믿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전조가 포증에 대해서 갖는 믿음이 훨씬 강하다. 이런 포증에게 화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정하면서 늘 보호받는 포증보다는 다정하고 항상 상처받는 전조가 더 부럽다.
적어도 전조는 포증처럼 마음속으로는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법에 구애받는 부자유가 없으니까. 상대가 나를 믿어주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상대를 온전히 믿고 목숨이라도 내놓을 수 있는 그가, 비록 계속 상처받고 마음아파야 할지라도 그 믿음이 너무나 부럽다.



그 외 잡상들
-청룡주 편에서 의사로 변장한 전조는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천리독행객 악천구도 상당히 매력있는 캐릭터였다. 자기 생각에 옳은 건 옳은 거고, 그른 건 그른 것. 물론 이런 사고방식으로야 전조를 따라올 사람이 없지만.
-되짚어 생각해보니까, 전조도 너무했다. 악천구는 나름대로 전조를 살려보겠다고 포증에게 성토를 하는데, 죽겠다고 부상당한 다리를 차버리다니.
-어미인 편은 전조가 싸움에 져서 쓰러진다는 것 외에도 취할만한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았다. 거북이 할아버지와 손자, 그리고 잉어까지. 요즘은 이런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좋다.
-목단과 모란이 같은 의미라고 한다. 목단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언어변화가 일어나 모란으로 바뀐 것.
-이랑이 전조로 변신했을 때, 그의 태도만 보고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분명 같은 사람이 연기했는데도 어찌 그렇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는지 놀라울 뿐이다. 관모를 쓰는 단순한 연기에 그런 장난스러움을 담아내다니, 하가경님,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