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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 project/包靑天

<쌍생겁> 엇갈려서 슬픈 운명

슬프다.
운명은 엇갈리지 않았으나 그 마음이 서로 다른 곳을 향해 가고 있음을 어찌 슬퍼하지 않을까. 쌍둥이 형제가 똑같이 부모를 잃고 정처없이 십여년을 떠돌게 되었지만 형은 세상 자체에 대한 복수를, 동생은 온후한 성격으로 그저 평안하고 행복한 삶을 꿈꾼다. 게다가 형 단정은 조륙이라는 희대의 살인마를 만나게 되면서 무공과 함께 끝을 모르는 잔혹함을 배우고 숱한 사람들, 특히 관리들을 척살한다.

어느날 한 무리를 덮치던 대도 조륙은 여느 때처럼 길을 지나는 일행을 몰살시키려다 자신의 수하 단정과 똑같은 용모를 가진 사람을 발견하고 단정을 데려와 만나게 해줬는데, 그는 오래 전 잃어버렸던 동생 단평이었다. 그 후 조륙은 왠 여인을 데려와서는 단평에게 그 여자를 죽이도록 종용한다. 단평은 여린 성품 탓에 떨면서 죽이지를 못하는데, 조륙이 죽이지 못하면 네가 죽어야한다고 협박을 한다. 단정은 동생을 살리기 위해 부녀자에게는 손대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동생을 대신해 단칼에 그녀를 죽여버린다. 그러자 조륙은 몸이 약해 누워있는 단평에게 계속 살인을 강권하며 그렇지 않으면 결국 죽이겠다고 하자 단정은 동생을 지키기 위해 그간 따르던 조륙마저 살해한다.

이 세상의 사람들을 지켜줘야할 관리와 율법이라는 것들이 따뜻했던 어머니와 원리원칙을 지켜왔던 아버지를 앗아갔고 그로 인해 행복한 삶마저도 끝장이 났다. 단정은 단란하던 가족이 깨진데 대해 앙심을 품어왔기 때문에 마지막 남은 가족인 동생에게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조륙은 단정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파괴시키려 했으니 그의 반감을 사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그가 가르친 무공과 잔혹함이 결국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돌아왔다.

그렇게 재회해서 한적한 곳에 함께 숨어지내던 어느 날, 단정은 포증이 벼슬을 살고 있는 자신의 제자를 만나러 온다는 소식을 접한다. 관리라면 치를 떠는 단정은 당연히 포증을 살해하려 했지만, 제자 태강현령 유지청이 몸을 날려 막았고 스승 포증을 대신해서 죽는다. 그 사이 전조가 나타나 범인을 막고 추격하지만 형을 숨겨준 동생 단평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범행 당시의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했던 전조는 그에게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한다.

단평은 병약하여 형과의 약속장소로 가던 도중 쓰러지고 그런 그를 신홍원이 구해준다. 신홍원은 관아에 있을 때 단씨형제의 부모를 죽음으로 몰아간 이로 후에 그 죄책감때문에 사직을 했지만 단정은 원한을 잊지 못했다. 그러나 단평은 신홍원의 여식인 신민정을 사랑하고 있었다. 단평은 이 사실을 몰랐지만 단정은 그의 목숨을 빼앗아 복수를 했고, 단평은 죄를 뒤집어쓰게 된다. 전조나 개봉부 사람들이 비교적 침착하게 대처하는 데 비해 포증은 제자를 잃은 슬픔에 흥분한데다 단평은 범인이 단정임을 알고 대신 죽기 위해 단정의 행세를 하는 바람에 오판으로 단평을 처형하려 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흉수가 오른손잡이였고 단평이 왼손잡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간신히 처형을 중지하고 재수사를 실시한다.

사심을 버리고 온전히 냉정을 찾은 포증은 단평이 범인인지 알아보기 위해 전조를 감옥에 보낸다. 전조는 이전 자신과 시를 읊으며 무공을 겨뤘던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단평을 보고 범인이 아니라고 단정짓는다. 그 사이 단정은 포증에게 예고장을 보내 그를 살해하려 하지만 포증을 비롯한 개봉부 사람들은 그물을 쳐놓고 그를 기다려 동생이 감옥에 있음을 알리고 돌려 보낸다.

단평은 신민정의 도움을 받아 탈옥하고 단정과 그의 친구 소희를 만난다. 소희는 단정을 여러차례 위기에서 구해주고 전조의 추격을 몸으로 막기까지 한 여자로 소매치기이지만 천성이 밝고 순수한 여자이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는 신민정과 역시 부모의 복수를 하려는 단정 사이에서 가장 고생하는 사람은 단평이다. 그들 형제는 서로가 없으면 살아갈 의미를 잃는다고 말할만큼 각별하지만, 단평은 단정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신민정과 그런 그녀를 밀쳐내버린 단정 중에서 무슨 생각인지 민정을 선택한다.

그 후에도 신민정과 단정은 만날 때마다 으르렁대지만, 결국 단정이 전조에게 부상을 입고 신민정이 그를 이해하면서 이들 사이의 싸움은 일단락된다. 그즈음 전조 일행은 포증의 명을 받고 단정이 있는 곳을 완전 포위하여 그를 잡는다. 법정에서의 단평은 사전에 모든 사건경위를 단정에게 듣고, 전조에게 찔린 상처를 똑같이 만들어가면서까지 자신이 단정이 되어 형을 살리려고 애쓴다. 그러나 포증의 계책에 형제의 정체가 밝혀지고, 단정은 살인사실을 인정하지만 그들은 모두 죽일만해서 죽은거니 자신은 아무 죄가 없다고 성토한다. 그러자 포증이 만약 부모가 이 행동을 알았다면 어떻겠느냐고 하지만 여전히 승복하지 않았고, 자식에게 죄를 뉘우칠줄 모르는 부모가 되겠느냐고 하며 소희가 임신중임을 밝히자 그제서야 모든 죄를 인정하고 작두를 직접 내리쳐 자결하고 만다. 단평은 신민정, 소희와 함께 떠나려고 하지만 소희는 핑계를 대고 따로 떨어져 아이를 혼자 키우기로 결심하게 된다.



이들 쌍둥이 형제는 너무도 다르지만 서로를 아낄 줄 안다는 점은 참 보기 좋았다. 단정의 경우 타인을 죽여가면서, 단평의 경우 말로서 타이르는 방식으로 이뤄져 대조적이기는 했지만.

단정을 잡을 기회를 몇 차례 놓치자 단정을 잡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겠다며 전조가 나선 것도 꽤나 놀라운 모습이었다. 칠협오의에 너무 적응이 되서 그렇겠지만 이런 열혈고양이의 모습이 개인적으로는 더 좋다. 관리이지만 그 이면에 강호인으로서의 생리를 버리지 않은 전조가 시를 읊으며 싸우는 장면도 좋았고, 혼자 단정을 추격해 대나무숲에서 겨루는 장면도 마음에 들었다. 싸우는 모습을 보니 전조가 얼마나 뛰어난지, 그리고 어째서 고양이인지 능히 알만했다. 정말 고양이같은 느낌을 주는 민첩함이었다.

포증이 전조를 믿어주는 것도 보기 좋았다. 전조가 반드시 어질고 두터운 마음을 가졌다고는 할 수 없어도 영리하고 마음이 참 따뜻한 사람인 것은 사실이다. 물론 그의 마음엔 자기 마음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이기심이 깔려있지만. 단정을 체포하고 돌아온 그의 뒷모습마저도 믿음직스러웠다.

칠협오의에서의 포증과 전조가 너무 황실에 종속적이고 충성스럽게만 보였다면(황제가 악인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포청천에서의 두 사람은 맑고 올곧으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때로는 친한 이를 잃은 슬픔에 분노하고, 홧김에 뛰쳐나갈 줄도 안다. 감정을 지나치게 억누르지 않아 더 자연스럽다.

단정과 단평 역의 배우가 실제의 혈연관계는 반대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보면서 자꾸 웃음이 나왔다. 믿음직하지는 않아도 정말 형다운데 실제로는 동생이고, 부드러운 동생같기만 한데 형이라니. 극중에서는 분장을 조금 가한 것인지 인상이 조금은 달라 구분할 수 있었는데, 이 두 사람의 평상시 사진을 보니 알아보기 어려웠다. 이들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없다는데 그 중 하나가 초은준이라고 한다.

단평이 어째서 고생없이 자랐다는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빠져있다. 단정이 동생과 헤어져 있었다고 해도 부모를 잃은채 10년을 헤맨 것은 같은데 어째서 동생은 고생을 하지 않았다고 단정짓는 것일까?

옥의 티. 처음 단평이 오인받았을때 피리는 왼손으로 던졌지만 서명은 오른손으로 했다. 글씨만 오른손으로 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굳이 글씨연습을 할 필요는 없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