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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 project/包靑天

<진가포공> 보기드문 개그 시리즈

포청천을 보면서 이만큼 웃은적이 없습니다. 사전정보없이 제목만 접하고서는 포증만 가짜가 등장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리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하긴 만약 포증만 둘이 되었다면, 전조나 공손책 등의 개봉부 식구들이 그들의 포대인을 몰라볼리가 없겠지요. (왠지 결론은 '황제는 바보다?'로 귀결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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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거북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저는 이게 당연히 거북신선의 다른 형태, 내지는 메세지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미인 편을 먼저 봤기 때문에 이 때도 '정의의 거북이'를 모토로 삼고 있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 황궁에서 황제의 위기를 알리기 위해 야음을 뚫고 날아온 돌거북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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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를 배반한 내시, 막언

혹시 이 분 기억하십니까? 오서요동경 편의 백옥당입니다. 여담으로 저는 칠협오의보다 포청천의 오서요동경 편을 먼저 접했기 때문에 이 쪽의 이미지가 어느정도 박혀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황제를 배반한 사람으로 나옵니다. 게다가 황제는 지금 미복잠행중인 상황인데 호위무사에게 공격받는 것은 꽤나 위험한 상황이지요. 하지만 또다른 환관인 소동은 목숨을 걸고 황제를 탈출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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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일 때문에 포증은 조정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그간 저는 왜 방태사가 무조건 악당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주인공을 못살게굴면 악당이라는 일반적인 공식을 저도 모르게 따랐나봅니다. 사실 태사도 그저 권력욕이 강하고, 포증과 원한관계에 있을 뿐이지 앞뒤 못가리고 나라 말아먹는 천둥벌거숭이는 아닙니다. 황제가 사람들 모르게 미복잠행을 나간 사실을 왕승상이 알려주자 발끈하십니다. ……그런데 이 분, 나라걱정하는 거 정말 처음보는 것 같아요. orz

어쨌든 황제는 막언을 피해 동굴에 숨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충복 소동에게 포증에게 전하라며 부채에 자신의 위기상황을 알리는 글을 써주지만, 소동은 간신히 부채를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고 막언의 공격을 받아 죽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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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의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포증 일행은 황제가 간 것으로 추측되는 익주로 모두 떠나게 됩니다. 오랜만에 개봉부 일행 전체의 사복이군요. 그런데 전조의 옷이 왠일인지 조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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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보고 어떻게 웃지 않을 수가 있습니까? 손자를 살려준 은혜를 갚기 위해 자기 수명마저도 단축시키는 위험을 감수했으니 그 의기는 존경할만한 것이지만, 얼굴에 검은 칠만 한다고 포대인이 되는게 아니에요. 위엄이라고는 쥐파먹은 손톱만큼도 없는 마른 흰수염의 구대인(龜大人)이십니다.

방아의 아버지는 소동에게 부채를 받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포증에게 부채를 전하는 일은 그의 아내가 자청하게 되지요. 아내가 떠난 사이 방아의 아버지는 결국 익주를 관장하는 석국주에게 잡혀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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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포청천이라고 밝히는 한 마디에 속아넘어가는 걸 보면 변신을 꽤 잘하긴한건가 하는 착각에 잠깐 빠지게 됩니다. 하여튼 가짜 포대인때문에 너무 열심히 웃었습니다.

일단 감옥에서는 빠져나가지만 서덕부는 석국주의 부하에 의해 다시 감옥에 잡혀 들어오고, 사형선고까지 받습니다. 거북신선이 서덕부를 구하는동안 포증은 어렵사리 서덕부의 아내에게 부채를 받고 황제를 찾기위해 수색을 시작합니다. 물론 수색하는 사람은 포증이 아니라 전조와 사대호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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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전조는 막언이 배반한 사실을 모르고, 황제의 위치가 적힌 부채를 보여주는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게다가 포증 일행은 반역을 도모하고 있던 석국주에게 전부 연금되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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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분들 어쩌면 좋아요? 으하하하.
저런 구성원으로 사람 구해낼 수 있겠어요? 사형집행관은 바보가 아니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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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어리버리해서 웃겼지만, 특히 저 전조꽃게의 아무것도 모른다는듯한 순진무구한 표정때문에 여러번 쓰러졌습니다. 번역도 재미있습니다. '그게 아니라 사람을 구하러 왔어.', '공손책, 보검!'. 사형수 하나 살리는 게 뭐 대수로운 일이냐는듯한 가벼운 말투, 게다가 상황보검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볼 수도 없는 저 태도까지 말입니다.

같은 사건이 터졌을 때, 군자는 그 행동이 예측가능하기 때문에 소인들에게 당할 수밖에 없고, 소인은 무슨 행동을 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군자는 소인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어 소인을 상대로 이기지를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여기에 하나 추가. 군자의 탈을 쓰고 소인의 행동을 하면 너무 웃깁니다. 이 상황에 100%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무릇 포증이라면, 그리고 공손책을 비롯한 개봉부 식구들 역시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자로 잰 듯이 흐트러짐이 없고, 주어진 상황이 어떻더라도 명민하게 대처하는 사람들인데, 아무리 꽃게라지만 그 모습으로 저렇게 어리버리하니 웃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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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일은 해결되었다는 생각에 일단 안심하지만, 이들의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연금상황에서 가장 큰 패였던 전조는 저 꼴로 돌아오고, 손에 남은거라고는 석국주가 인정하지도 않는 상황보검 뿐입니다. 장룡과 조호는 여러차례 자신들이 포위망을 뚫겠다고 주장해보지만 포증과 공손책은 무모한 행동일지 모른다며 이들을 말립니다. 하지만 전조는 독을 당한데다가, 포증을 두고 자기가 나갈수는 없다고까지 하는데도 황제를 구하라고 보내버립니다. 장룡조호보다는 전조의 실력을 더 믿어서였겠지만, 독을 당했는데도 내보내는건 너무하지 않았나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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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조와 마한이 당한 독은 枯毒아닙니까? 아니, 孤獨도 아니고 전조가 떠나면 발작하는 독이 어디있어요? 게다가 두 사람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조가 도주를 포기했는데도 이들은 해약을 얻지 못합니다. 해약도 안 줄거면서 전조가 떠나면 독이 퍼질거라니 완전히 공갈협박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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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국주가 포증과 공손책, 전조를 상당히 인정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듯합니다. 그저 개봉부에서 사건사고를 처리하고 앉아있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면 자신과 포증을 중심으로, 공손책, 전조를 각각 왼팔과 오른팔로 쓰고싶어 합니다. 그렇지만 개봉부의 그 누구도 석국주의 뜻에 따라주지를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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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포면 편에서 공손책 바로 앞에 칼을 들이대고 공손책을 죽이겠다며 전조를 협박하는 사람이 있었는데도 전조는 공손책이 죽더라도 자신이 할 일을 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물론 이건 상황을 원만히 종결짓기 위해 전조로서도 마음에 없는 말을 한 것이지만, 이번 경우는 조금 특이했습니다. 석국주가 취하는 태도를 봤을 때, 석국주가 포증과 그에 예속된 개봉부 식구들을 그리 쉽게 해치지 못하리라는 점을 알았을텐데도 두 사람이 독을 당했다는 말에 너무 간단히 물러난 것은 물론이고 해약도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아마 진짜 이유는 이쪽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조가 빠져나가면 왕조, 마한 등의 개봉부 식구들을 그냥 두지는 않을 것 같고, 그렇다고해서 탈출에 성공을 해도 임무를 완수하리라는 보장은 없고해서 왕조와 마한이라는 두 사람까지 걸린 마당에 굳이 무리수를 두지는 않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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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국주의 목에 칼을 들이밀고서야 왕조와 마한의 해독약을 얻고, 연금상태에서 빠져나가게 됩니다. 이렇게 되니 약한 모습을 보이시더군요. 전조가 시키는대로 다하는 석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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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부의 여섯 사람이 포증 한 사람을 당해내지 못합니다. 이들은 포증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따르는데다가, 포증의 말이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집법자인 이들이 그의 뜻을 꺾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결국 저 여섯사람 말을 듣지 않아서 일은 꽤 골치아프게 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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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거북신선이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변신시킬 수 있다는 걸 알아낸 막언은 석국주에게 포증이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석국주는 이 솔깃한 제안을 수락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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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행동에는 어느정도의 개인적인 기준이 들어갑니다. 도덕적인 면을 떠나서 손짓 하나, 걷는모습 하나에도 사람의 생각이 담기고 마음이 들어갑니다. 그러니 부하가 실수한다고 저 정도 치면서 나무라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요. 게다가 익주 전체를 관장하던 이, 그리고 어느정도 도를 닦은 법사라면 일반사람보다 행동이 정제된 편일 겁니다.
그런데도 왜이리 웃긴겁니까? 대체 원래 사람들이 얼마나 반듯하길래 겨우 저 정도 행동이 이렇게 웃긴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 가벼운 행동도 아닌데, 포증의 모습으로, 전조의 모습으로 저렇게 행동하니까 웃음이 터져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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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손자의 목숨을 담보로 잡힌 거북신선이 어쩔 수 없이 변신시킨 가짜 포증일행과 진짜 포증 일행은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리고 황제도 팔현왕도 쉽게 진위를 판별해내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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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신선이 처음에는 그저 편히 살자라는 인생관을 갖고 있었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어미인 편에서도 조금 그런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효린이 '정의의 거북이'라고 한 마디만 하면 당장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여줬기에 뭔가 이런 이미지는 아닐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찰포면 편에서도 그랬지만, 방태사는 이번에도 포증을 죽일 기회를 의외로 쉽게 포기하고 진짜 포증의 손을 들어줍니다. 아쉬워하는 태도도 전혀 없고요. 실제로 포증을 원망도 하고있고 미워하기도 하지만 최소한도로 지킬 것은 지키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습니다.

석국주가 처형되면서 이번 일은 언제나처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포청천은 끝날 때 감동을 느끼는 게 일반적이고 보면 이번 이야기는 정말 개그적 요소가 많이 포함된 것이었습니다. 겨우 이 정도를 갖고 개그라고 할만큼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올곧을줄만 알고 진지합니다. 촬영장에서의 개봉칠자는 밝고 활달한 이미지라고 합니다. 사실 그 모습만 봐도 적응이 안될 것 같은데, 극중에서 이런 모습을 보니 더 웃겨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