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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 project/包靑天

<찰미안> 포청천 프롤로그

시리즈의 첫편이기도 하지만, 전체 시리즈의 프롤로그 정도로 보는 게 정확하지 싶습니다. 약간 과장을 섞는다면, 제가 처음 본 시리즈가 찰미안이었을 경우 이렇게나 포청천에 빠져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다른 편들과 분위기부터 다르고, 캐릭터들의 느낌도 상당히 다릅니다. 다른 시리즈들을 먼저 봤기에 찰미안에서의 모습들이 재미있어보이기도 했지만, 이런 모습으로 일관되게 캐릭터가 유지된다면 그건 제가 느꼈던 포청천의 매력을 모두 빼앗아가는 결과가 되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시작하기에 앞서, 시네콤의 찰미안 편은 무려 두 편 분량이 가위질된 작품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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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 즈음, 정확히 왜 작두에 죽는 신세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포청천 포대인을 설명하면서 극이 시작되자마자 목이 뎅겅 잘리는 분입니다. 왠간한 악역보다 불우한 역할이기에 동정심을 베풀어 한번 캡처.
첫번째 에피소드인 찰미안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남편을 찾아 두 아이와 함께 상경한 진향련과 장원급제 후 가족을 저버리고 공주와 결혼한 진세미에 관한 것입니다. 그 외의 다른 이야기는 개봉칠자나 다른 인물들의 개략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데 치중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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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미는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나.'싶은 효부 진향련을 출세를 위해 내치고 맙니다. 일이 커지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은 채, 그저 남편이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향련은 왕승상을 찾아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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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미는 진향련의 노래를 듣다가 얼마 견디지 못하고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자리를 피합니다. 이에 왕승상은 진세미와 진향련이 부부였음을 확신하게 되지만, 부마를 함부로 탄핵할 자신이 없어 진향련을 포증에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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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청천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는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며 권력에 굴하지 않고 법에 따라 누구든지 심판하는 청관일 겁니다. 그런데 이건 아니잖아요. 고소장 하나 안써왔다고 느닷없이 곤장을 치다니. 물론 진향련이 몰라서 그랬으니 용서해달라며 직접 구술하겠다고하자 그냥 넘어가기는 하지만 지금껏 알던 모습과 너무도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진향련의 진술과, 왕승상이 보내서 왔다는 말을 들은 포대인은 왕승상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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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인의 태도는 전체 시리즈를 기준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좀 더 냉철한 철면판관이 되는 편입니다. 고위층을 고발한다고 무작정 몰아세우는 것도 후반부로 갈수록 나아지고, 진정한 백성들의 판관으로 거듭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찰미안 편의 포증은 백성들보다는 황실의 편에 가까운 판관입니다. 그러나 '포증은 황실을 위해 자신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다.' 정도겠지요. 얕게나마 '부마는 그럴리가 없다.'는 믿음을 아직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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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인의 옷이 조금은 더 화려해 보이는군요. 크게 차이나는 건 아니지만.
그저 남편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던 진향련은 자신이 고발한 진세미의 죄목들이 사형에 해당하는 엄청난 것들이라는 말을 포증에게 듣고 고소를 취하하겠다며 물러납니다. 이렇게 행동하기는 참 어렵겠지만, 진향련의 고운 마음씨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남편이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배반했지만 그렇다고 꼭 죽여야 일이 원만하게 매듭지어지는 건 아니지요.

한편 진향련이 개봉 주위를 맴도는 것을 알게 된 진세미는 자신의 가족을 사칭하는 사람이 있다며 부마부의 검을 내주고는 진향련을 죽이도록 지시합니다. 그러나 부하 한기는 진향련의 억울한 사정과 진세미의 행동거지를 알게 되자 진향련을 도저히 죽일 수 없어 자결합니다. 문제는 한기의 뜻과 완전히 반대로 전개되버린 상황입니다. 한기가 죽은 후 칼을 잡은 진향련은 포졸들에게 오해를 받아 살인누명을 씁니다. 현령은 진향련이 무고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부마와 결탁하여 진향련을 귀양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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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진향련은 당분간 개봉부에 머물게 됩니다. 전조가 개봉부에 가서 고소하지 말고 길을 막으라고 한 것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고소를 하는 사람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곤장 20대를 맞아야한다고 포증이 공고를 낸 때문이지요.

이 공고가 왜 필요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지금까지도 이 내용은 당황스럽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의도에서 이런 공고를 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게다가 개봉부를 들락거리던 진향련조차 몰랐는데, 이런 공고내용이 제대로 전달되기는 한건가요? 진향련은 운이 좋아 전조를 만났지만, 이런 어이없는 공고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것이 분명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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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갈수록 전조는 고생많은 부하무관 정도의 신세로 전락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입장 자체가 달라서 나중에는 포증이 시키는 일 하다가 독도 당하고 누명도 씁니다. 하지만 초반에는 무려 포증으로부터 지휘권을 위임받기도 했었군요. 초반에는 다루기 어려운 사람을 대하는듯한 분위기로, 후반으로 갈수록 주종관계 이전에 굳건한 신뢰가 쌓인 사이로서 거듭나는듯 합니다. 물론 직선적으로 표현하면 전조는 처음에는 비교적 편하게 호위직을 수행하지만, 갈수록 죽을고생에 시달린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진세미는 전조의 심리전에 넘어가 죽은 부모님이나 자신으로 인해 죽은 사람들에 대해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게 됩니다. 나중에는 공포가 죄책감으로 변하고 결국 죄책감으로 인해 진향련과의 조용한 자리를 마련해 진향련에게 사과를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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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너무 일을 좋게 보려고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진세미의 말이 전부 거짓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물론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보다는 권력욕이 몇 배는 더 컸기에 아내를 살해하려하고 공주와 굳이 결혼했겠지만, 일말의 죄책감이 마음속에 조금이나마 남아있기는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진세미의 점수가 높아보이는 것은 점수가 훨씬 낮은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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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가 너무 싫었습니다. 진세미에게 진향련과 두 아이가 없었다고 해도 진세미가 완벽한 신랑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 공주의 생각은 오만과 자만, 독선주의로 가득차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라는 작은 예의가 담길 틈조차 주지 않습니다. 공주도 전후사실을 알고 결혼한 게 아니니 진향련이 곱게 보일수는 없겠지요. 진향련이 곱게 보인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부처일 겁니다. 하지만 공주는 사랑때문에 그녀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진향련이 자신의 자존심을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진향련을 증오하고, 증오하는대로 행동까지 합니다. 진향련이 그럴 의도가 전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로 공주라는 자신의 지위를 십분 이용하지요. 남편인 진세미도 사실상 공주의 꼭두각시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때문에 진세미에게 일말의 동정심이 생겼습니다.(아마도)

공주를 이해조차 할 수 없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진세미가 자신을 처음부터 속이고 결혼한 것을 알았는데도 어째서 진세미를 버리지 않고 진향련만을 쳐내려고 하는지 말이에요. 이 공주 정도의 지위라면 차라리 남편에게 죄를 물은 다음 더 좋은 새 남편을 구하는 것도 가능할텐데요. 그렇다고해서 공주가 진세미를 그렇게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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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제가 알던 포증이라면 공주가 직접 아이들을 감금중이라는 말을 했을때, 이는 자백과 다를바가 없으므로 당장 부마부에 가서 아이들을 데려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공주가 지나치게 몰아부친다 싶자 진향련을 위해 몇 마디 거들어줄 뿐 공주가 두 아이를 감금한 점에 대해서는 조금도 추궁하지 않습니다. 이런 포증에게는 철면판관이라는 명칭이 맞지 않을 겁니다.

원래는 작두아래 죽어야 했지만, 공주가 나서 방해를 한 탓에 진세미는 일단 하옥됩니다. 그런데 하옥되는 상황도 포청천의 다른 시리즈에서는 보기 어려운, 왕조와 마한의 폭언(?)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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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룡과 조호는 그래도 개봉부 밖에서 범인을 체포하거나 증거를 수집하는 모습 등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계처럼 일하는 모습 외에 인간적인 장면도 아주 가끔이지만 나옵니다. 하지만 왕조와 마한은 장룡과 조호에 비해서도 그 등장빈도수가 매우 적습니다. 왕조와 마한이 포증의 호위로 있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하는 모습으로 그나마 기억나는건 '오서요동경'에서 오서들 대신 갇힐 때, '진가포공'에서 고독을 당했을 때, 그리고 '천하제일장'에서 장룡의 고민을 들어줄 때 뿐입니다. 왕조와 마한에게 이렇게나 장난스러운 면모가 있다니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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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은 부마의 죄를 듣고는 처형을 굳이 반대하지 않습니다. 황제가 포증의 손을 들어준 결정적인 이유는 부마의 잘못보다는 황제의 존엄과 국법의 지엄함을 설파한 포증의 설득 때문이겠지만요. 부마부에 아이들이 갇혀있다는 공주의 말에 따라 전조를 몰래 부마부에 잠입시킨 후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탈출한 것처럼 일을 꾸며 아이들을 구출합니다. 물론 여기서 포인트는 전대인이 아이들을 구했다는 게 아니라 마치 부잣집 공자님처럼 차려입은 전조의 사복의상입니다. 혹시 송나라의 관리들 급료제도는 오래 근무할수록 봉급이 깎이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습니까? 저 흰 옷은 부잣집 공자들이 입는 옷 같잖아요. 게다가 초반에 나오는 연하늘색의 옷까지 무려 사복이 두 벌이나 되는군요. (이상한 데서 감동하고 있다)

한편 진향련은 마지막으로 가족이 한 자리에 모였으면 하는 소박한 꿈을 품고 감옥의 진세미를 찾아가지만, 권력욕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린채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그와 모든 관계를 청산합니다. 그리고 포대인은 다음날로 진세미를 불러 작두형을 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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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릇(?). 작두만큼이나 무섭습니다.

저 그릇만 단독으로 찍어주는 건 처음봐서, 캡처해 봤습니다. 작두도 무섭지만, 결과를 더 확실히 상상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정말 무서워요.

진세미가 사형당하고 일이 끝나나 싶었는데, 공주가 태후를 대동하고 개봉부에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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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후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청룡주'나 '방비유희', '오서요동경'에서의 자비로운 모습과 달리 공주를 위해서라면 옳든 그르든 일단 따지고 보겠다는 태도인 황족다운 태후라는 거지요. 태후는 부마를 석방하고 진향련에게도 위로의 의미로 상당한 금액의 돈을 주면서 일을 매듭지어보려고 하지만, 진향련은 이 일은 돈을 위해 벌인 일이 아니며 돈은 절대로 받을 수 없다는 의지를 밝힙니다. 그런데 이 때 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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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후가, 남편을 빼앗긴 진향련의 처지를 고려하여 돈을 얼마간 주는 것까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돈을 받는 조건으로 진세미를 살려줘야 한다는 것인데, 포증은 이걸 알고 있었고, 또 진향련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진세미의 목숨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는지 알면서도 말 그대로 권력의 힘에 굴복하여 진향련에게 돈을 받도록 설득하려고 들지요. 여기엔 올리지 않았지만, 작두날 아래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마땅히 죽어야 할 진세미가 살아있어 죽은 이들이 얼마나 억울하겠느냐며 승상에게 한탄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그런걸 다 알면서 어떻게 진향련에게 돈을 받으라는 말을 할 수가 있는지… 진향련은 포증이 건네는 돈을 거부하면서 철면판관이라더니 역시 권력에는 약하다며 원망의 말을 남깁니다. 여기 등장하는 포증과 다른 시리즈들에 등장하는 포증이 같다고 생각하느니 여기서 어느정도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고, 그 이후의 다른 사건들은 더욱 공정하게 사심없이 처리했다고 보는 편이 맞겠지요.

당근과 채찍을 적당히 쓰는 능수능란한 태후와, 고집불통인 공주때문에 포증도 어쩔 수 없이 부마를 살려주려고 합니다. 만약 공주가 개봉부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리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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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미보다 더 나쁜 사람은 아무래도 저 공주같아요. 직접 일만 벌이지 않았을 뿐 더하면 더했지, 결코 진세미보다 나은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남편을 잃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처벌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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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 직전의 장면. 눈이 조금 섬뜩합니다.



사형을 선고받은 이후로 약 20분동안 몇 번이나 목이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하던 진세미는 걸국 작두형을 받게 됩니다. 법대로는 잘 해결한 것이겠지만, 뭔가 아주 좋은 해결을 본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두 여인이 남편을 잃었고, 두 아이가 아버지를 잃은건 슬픈 일이니까요. 물론 이건 포증의 잘못이 아닙니다. 진세미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너무 많이 저지른 탓이겠지요.

찰미안 편은 이것으로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