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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 project/包靑天

<오서요동경> 고양이에게 마음으로부터 승복한 쥐

오랜만입니다. 1년 2포스팅이 어느새 굳어버린 이 곳에 의외로 방문자수가 늘어있는 점에 놀랐습니다. …사실 이 바닥이 워낙 좁은 바닥이다보니 오는 분들이 계속 와주시는 게 아닐까 하는 어이없는 기대도 조금 품어봅니다.

어떤 에피소드를 볼까 고민했습니다. 봤는지 안봤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것도 있고, 확실히 안봤으나 밤 10시부터 한번에 전편을 보기엔 너무 긴 에피소드들, 심지어 틀림없이 봤지만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퍽!) 그 중에 선택한 것은 분명히 봤으며 내용도 생생히 기억나는 오서요동경이었습니다. 전체 41부작 중 마지막 41부이면서 포청천시리즈 내에서도 매우 유명한 에피소드지요. 마지막이라는 것 외에 오서 전체의 등장, 그리고 전조의 등장빈도가 높다는 점과 상당히 멋지게 나온다는 게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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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이번 시리즈의 여섯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자자, 칠협오의의 오서와 중첩시키면 당신은 지는겁니다.) 이 장면은 원래 에피소드의 중반정도에 나오는 전조의 오서 추격전입니다. 정확히는 오서 자체보다는 오서가 가진 물건에 대한 추격이지만, 어차피 나중에 다시 나올테니 여기서는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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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의 사부 맹약허는 어릴 적 부모를 잃은 전조를 거둬주고 무술을 가르친 사람으로 전조에게는 스승이자 부모같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춘니(춘희)는 그의 딸로 전조와 함께 자랐지요. 6살 때 이미 장난으로 혼례를 치른 사이라고 합니다.(커억) 두 사람이 상경하는 이유는 맹춘니와 전조의 혼례 때문입니다.

이 때 전조는 2인조 인신매매범 사천리와 구미호를 추적중이었고, 함공도의 소녀 셋이 납치당한 일로 오서 역시 이 두 사람을 잡으려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구미호는 놓치고 사천리만 오서가 붙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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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양이 말고도 쥐잡을 동물은 많잖아요. 호랑이라든가, 개라든가. 그런 별명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날때마다 전조에게 하듯이 시비를 걸 수는 없잖아요. 쥐는 소가 뒷걸음질치다가 잡기도 한다는데요.
애당초 오서말고 오호나 오구, 오우(!) 이런걸 했으면 고양이 정도는 문제가 안될텐데 왜 처음부터 오서라고 별명을 지어서 스스로 분란의 불씨를 만드는 건가요? (중세국어라도 좀 읽을 수 있으면 번역된 충렬협의전에서 뭔가 찾을 수 있겠지만, 지금의 저로서는 충렬협의전과 충렬협의전 정도의 두께가 되는 국어사전을 옆에 놓지 않으면 거의 읽을 수가 없어서….)

강호의 원칙을 앞세워 사천리를 함공도로 데려가겠다는 오서와 공인으로서 사천리를 압송해야한다는 전조는 결국 충돌하고 싸움이 납니다. 그 틈에 구미호가 나타났고 전조에게 독을 쓰고는 사천리를 구해갑니다. 하지만 전조는 오서에게 별다른 내색없이 자리를 떠났고, (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멀쩡한 척 가장하던 전조는 오래 버티지 못한 채 맹사부와 춘니 앞에서 쓰러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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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막간 보너스입니다. 너무 옳은 말이기 때문에 반박할 수가 없습니다. 혈운기에 피를 흡수당했다가도 살아나고, 포대인이 극형을 내렸는데도 살아나고, 실명한 채 감금당해 죽기만 기다리다가도 살아나고 그 외에도 기타등등 기타등등 수없이 많은 죽음의 고비를 넘긴 사람이 전조입니다. 반면 백옥당은 별명 갖고 쪼잔하게 계속 시비를 거는 것은 물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꼭 뭔가 트집을 잡는 속좁은 사람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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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모두 오서 일행을 미행하던 사천리의 계략에 의한 것이지만, 감정이 나쁠대로 나쁜 한장이하 세 사람에게는 전조의 약올리기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전조에 대해 분개하고, 그를 오해하기 시작하게 되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사실 그 때 전조는 쥐를 잡고 그걸 굳이 접시에 얹어 오향닭과 바꿔치기해서 식당에 내보내고 유치한 편지를 쓸만한 겨를이 없었는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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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가 전조를 오해하고 비난할 때 전조의 상황은 이랬습니다. 스승인 맹약허가 목숨과도 같은 공력을 전부 자신에게 넘겨주었고, 고마운 한편 스승의 희생에 마음이 무거운데 나는 고양이라며 오서에게 달려가 놀릴 여유가 있었겠습니까.
맹약허가 전조에게 의지하겠다는 의미는 그가 딸을 데리고 전조를 찾아온 이유와도 상통합니다. 하지만 전조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른채 스승에게 감사하다는 말만을 연신 되뇌일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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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가 결혼까지 포기할 정도로 포증에게 충성해야만 할 이유는 사실 없습니다. '포대인이라면 내 힘만으로는 어려운 정의사회를 구현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가 그의 이유이고 포증이 전조에게 주는 것도 '정의사회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여건' 뿐입니다. 그리고 그는 결혼을 포함해 그 이외의 모든 행복을 깨끗이 포기하고 맙니다.
밤을 지새운 고민 끝에 죄책감을 누를 길이 없던 그는 사부인 맹약허를 찾아가 사죄를 드리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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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은 마땅히 오해할만한 상황이라기보다는 전조를 궁지에 몰아넣고픈 오서의 감정적인 면이 작용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 증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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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조의 이름을 팔아 그를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계획은 '이 곳을 파도 금덩이는 없음'과 같은 효과를 내고 말아 전조에게는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못하고 함공도 오서의 악명만을 황궁에 알리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다만 태후가 구슬을 탈취당한 일로 큰 충격을 받아 쓰러지게 되었고, 오서를 당장 잡아죽이자는 황제와 다소 심술궂은 반면 의기가 깊고 실력이 출중한 점을 들어 그들을 조정에 등용하려는 포증은 서로 대립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오서를 체포해 보물, 특히 구슬을 회수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맨 처음 나왔던 화면의 추격전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오서 중 노방을 제외한 네 명이 각자의 특기를 발휘해 물로, 땅속으로 도주하니 전조도 그들을 잡지 못합니다. 그래서 전조는 강호의 명성을 잃을 각오로 스승의 관에 대신 들어가 맹춘니를 돕기 위해 나타날 오서들을 기다려 잡을 계획을 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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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협오의에서는 전조가 다른 형제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이기지만 백옥당을 꼬박 한나절이상 상대하는 장면이 나오지요. 하지만 여기서는 다섯 모두를 쉽게 제압합니다.

군자가 소인을 이기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군자의 행동이 예측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군자의 행동은 그들이 중요시하는 가치 몇 가지만 계산해보면 충분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인들은 이익을 위해서라면 세상은 물론 그들이 중요시했던 것들도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포기하기 때문에 행동을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만약 오서가 소인배였다면 춘니를 굳이 도와주러 나타날 이유가 없었을 것이고 전조가 희생을 감수한 계획도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겠지요. 사천리의 말대로 옹졸한 것은 맞습니다만, 의기가 깊은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오서들 중 노방과 한창, 특히 노방이 빠졌더라면 나머지는 그저 자기 좋은대로 행동하는 건달집단으로 변질될것도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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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과 보검을 찾아 소기의 목적은 모두 달성한 셈이 되겠지만 전조는 다시 구미호의 독에 걸리고 맙니다. 한편 오서는 누군가 그들에게 독주를 먹이려고 접근하고, 그들의 이름을 빌려 객잔 사람들을 몰살하고, 또 끊임없이 그들을 미행하는 이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자 전조에 대한 오해를 조금씩 풀게 됩니다. 그리고 춘니는 그즈음 구미호에게 사로잡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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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춘니는 전조와의 애정전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자일겁니다. 전조가 자신의 상황을 십분 이해하고 거절한 덕분인지도 모르지만, 전조의 사랑을 받은 여자는 지금까지 모두 죽었습니다. 연채운, 백설매, 월량 등 전조와 사랑에 빠지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을 넘기지 못했지요. (공손선생, 그러다 춘니 죽을지도 몰라요.)
어찌보면 공손책의 예측이 틀렸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전조의 꿈 속 장면은 태후의 명주를 회수하면서 춘니에게 강압적인 수단을 써야만 했던 일에 대한 미안함이나, 사부가 죽음에 자신도 일말의 원인제공을 했다는 죄송스러움을 나타내는 장면이었으니까요. 전조가 그녀에게 품은 마음은 사매로서의 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는 줄곧 춘니에게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고 싶어했으니 개봉부 사람들이 그녀를 찾아온다면 전조에게도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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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는 자신이 평생 불구로 살아도 좋으니 사매 춘니를 구해달라는 전조의 청을 뿌리치지 못합니다. 전조의 독을 제거해주고 춘니에게 가겠다고도 했지만, 그렇게 되면 공력이 많이 탈진되어 춘니를 구할 힘이 남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사천리와 구미호가 이들 사이에 끼어 별별 훼방을 다 놓는 바람에 품었던 오해로 인한 앙금이 아직도 남아있었지만, 전조의 태도에서 백옥당을 제외한 네명은 전조에 대한 앙금을 거의 털어내게 됩니다.
생각을 조금만 더 해서 사천리와 구미호의 목적이 춘니가 아니라 전조와 오서임을 읽어냈다면 이들이 조금 시간을 끌더라도 사천리나 구미호가 당장 춘니를 죽이지 못하고 어느정도 기다려주리라는 걸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조금 편하게 일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겠지만, 춘니에 대한 미안함이 전조에게 정말 사무쳐서 그랬던 건지, 오서와 전조가 모두 성격이 조급했던 탓인지 구미호가 시키는대로 끌려다니고 맙니다.

오서는 춘니를 구하기 위해 약속장소로 갑니다. 하지만 춘니로 변장한 사천리에게 백옥당이 독을 당하게 되고 어명으로 오서가 석방되면서 개봉부 사람들이 모두 풀려나게 되지요. 이들이 백옥당을 보호해주기로 한 덕분에 나머지 노방, 한장, 서경, 장평은 마음놓고 사천리를 추격하지만 사천리는 잡지 못하고 춘니만 되찾아 개봉부로 돌아옵니다. 한편 사천리가 혼자 춘니를 잡고 무리하게 오서를 상대하는 이유는 구미호가 전조와 공손책만 남은 개봉부를 치기 위한 작전때문이라는 것을 공손책에게 간파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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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공손선생, 그걸 간파했으면 교위들을 다 보내지 말고 두어 명 정도는 남겨놨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독을 당한 전조 혼자 남아있는 걸 뻔히 알고서 그 뒷감당을 한 명에게 떠넘기는 건 너무 심하잖아요. 그쪽은 오서가 전부 쫓아갔으니 다섯명이나 되는데 굳이 춘니 구출에 모든 인력을 쏟아부을 필요는 없었잖아요.
 
구미호의 경우, 전조를 이길 실력이 없었다기보다는 독을 당해 매우 위험한 상태에 놓인 그가 자신의 몸에 대한 망설임을 전혀 비치지 않고 강한 복수심으로 공격을 해대자 질려버린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노방이 옆에 있다고는 해도 그녀에게 검을 겨누던 전조가 쓰러졌고 그런 전조를 부축하기 위해 춘니도 검을 놓아버린 상황이었으니 마음만 먹으면 도망칠 수 있었거든요.
이렇게 해서 개봉부에는 전조와 백옥당이 중독된 채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처지에 놓입니다. 춘니가 구미호를 협박해 해약을 구해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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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우선순위를 매길 때 자신에 대한 순위가 거의 꼴찌에 가까운 전조의 생각을 이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목숨에 관한 일에서마저 자신의 순위는 뒤로 밀려납니다. 어미인 편에서 금총과 전조가 모두 독을 당했지만 효린의 명주로 한 명만 살릴 수 있었을 때, 금총은 혼절했던 전조와 달리 마악 정신이 들어 미안한 마음에 자신은 괜찮으니 전조를 살리라고 합니다. 이 때도 그가 사경을 헤매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금총처럼 정신을 차리고 있었더라면 끝까지 먹지 않겠다고 버텼을 것이 뻔히 보입니다. 청룡주와 더불어 이번에도 그는 철저한 자기희생으로 자신의 몸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의 몸을 구하는 대신, 자신은 마음의 평안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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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은 처음에 도망치고 나서 그냥 조용히 지냈으면 별일 없었을텐데 공연히 쥐와 고양이를 일망타진하겠다며 개봉에서 여러 분란을 만드는 바람에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됩니다. 포청천에서의 악인들은 보통 상황에 이끌려 죄를 짓지 않아도 될 일을 죄를 지어 해결하려고 하거나 정말 악당이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사천리와 구미호의 경우는 -전조와 오서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서 그렇겠지만- 포켓몬스터의 로켓단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이걸 보면 꼭 나쁜 일만 저지르고 다닌 건 아니라고 해야할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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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간질을 실컷 하긴 했지만 오서로 하여금 전조의 진심을 알게 해주었으니 구미호를 마냥 비난하기는 힘들군요. 그의 희생정신에 태후 이비도 감복하게 되어 아끼던 명주를 내준 덕분에 극적으로 전조는 목숨을 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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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엔딩입니다. 아무리 오서가 오의되어도 금모서가 금모의되지는 않으니 전조에 대한 싸움은 계속 되겠지만요. 아버지가 죽어 의지할 곳 없던 춘니는 태평공주가 되었고(당나라의 태평공주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 전조는 4품에서 3품으로 품계가 올라갑니다. 어차피 그에겐 포증을 위해 일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테니 품계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만. 그리고 포대인을 비롯한 개봉부 사람들은 모두 3개월의 휴가를 얻습니다. 이 분들, 그간 너무 고생하셨으니 조금 쉬어주셔야 해요. 그래도 개봉부에서 책사역할은 물론 살림까지 거의 도맡아 하셨던 공손선생이나 항상 독이다 뭐다 몸고생 마음고생 골고루 심한 전조는 휴가반납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다행스럽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 대해 쓰고보니 새로나온 포청천이 더 보고싶네요. 모처럼 집에 무협TV랑 ABO도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선 방송 안해줄런지…
개봉부 분들을 비롯, 함공도 오의와 그 외 다른 분들까지 모두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