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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 project/包靑天

<삼격고> 요국 황태자의 비틀린 야심과 수완

삼격고는 거란(요나라) 사신과 포대인의 한판 승부입니다. 송나라는 실제로도 수차례의 전쟁으로 겉으로는 형제의 나라니 어쩌니 해도 감정의 골이 깊어 요나라와 절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요나라가 사신으로 적당한 인물을 가려뽑아 보냈더라면 여기서만은 별다른 사건없이 조용히 넘어갔을 테지만, 간웅을 꿈꾸는 요나라의 후계자가 사신으로 나타나 여러모로 평지풍파를 일으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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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율몽룡입니다. 이 분은 포청천과 칠협오의의 몇몇 에피소드에서 상당히 비중있는 역을 맡으시는 분입니다. 이 분이 맡는 역할들은, 지위가 높으면 항상 다른 사람들을 상처입히고, 평민이나 협객으로 등장하면 항상 포대인 편에 섭니다. 이번에는 송 황제조차도 함부로 건드리기 어려운 외국사신의 신분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송 황제는 이분을 건드리지 못해도, 포대인은 이 분을 잘 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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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율몽룡은 포증만을 송나라에서 상대할 가치가 있는 인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음, 송나라엔 팔현왕도 있고 개봉부 식구들도 있다고요. 야율몽룡은 승상에게는 모욕을 안겨주고, 포대인에게는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예물을 보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포대인이 모두 알게 된 이상 그의 계략은 의미가 없어졌지요. 게다가 야율몽룡의 출현은 요나라와 송나라의 외교에만 영향을 미친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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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들을 만난 게 야율몽룡으로서는 일생일대의 불운일 겁니다. 야율몽룡의 목숨을 앗아간 가장 결정적인 이유를 원하든 원치않았든 이들과 얽히면서 발생하니까요. 만약 진빙이 아닌 다른 사람과 야율몽룡이 충돌했던 거라면 장흥조와 그의 동생 설아는 고달픈 사건에 휘말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진빙의 특수한 신분에서 기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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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빙은 처음부터 여자로 보이지 않았습니까? 제 경우에는 찰미안과 추낭에서 이미 그녀를 알고 있었던 탓도 있겠지만 아무리 봐도 남자라고 믿기는 어려운 인상입니다. 그러나 장홍조와 설아는 순수해서인지 진빙이 남자라고 철썩같이 믿고  설아는 그를 보자마자 마음속에서 결혼 상대로 점찍고 맙니다. 물론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빙이 실은 진빙희라는 것보다는 그의 아버지가 요국과 내통중이라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그의 부인은 그를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다그치고, 요국과의 관계에도 매우 적극적이며 진빙희를 어떻게든 야율몽룡과 혼인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의 부인은 진빙희의 어머니가 죽은 후 시집온 여인인데, 진빙희는 그녀를 매우 싫어했고, 진팽년은 그녀에게 휘둘리고 있었습니다. 진부인의 태도에서 그녀가 단순한 부귀영화 이상의 다른 뜻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읽어내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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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국공주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상대하기 어려운 요국왕야 야율몽룡이었지만 남자로서 장홍조에게 접근했던 그녀는 진실을 밝힐 수가 없습니다. 부모를 피해 숨은 상황에 신분을 밝히지도 못하지만 그녀와 장홍조, 설아는 함께 서로 다른 의미로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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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야율몽룡은 비틀어진 모습으로나마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고 쉽사리 그녀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왕승상을 통해 황제를 설득하여 진빙희와 결혼하게 해주면 화친하겠다는 조건을 걸자 황제측은 막대한 세폐를 무는 것보다는 쉬운 일이라 당연히 진팽년에게 성지를 내려보내게 되지요. 빙희는 장홍조만을 사랑하고 있었기에 진팽년의 집에 감금되다시피 한 채로 시간이 하루하루 지나가는 게 야속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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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등장한 전조의 정보로 진빙희는 야율몽룡에게 기쁘게도 버림받게(!) 됩니다. 그런데 포대인이 남협이라거나 전대협이라는, 협객의 명칭으로 전조를 표현하는 것은 정말 보기드문 일이라 인상깊게 봤습니다. 외국사신과 대화를 편하게 하기위한 방법이었는지는 몰라도 포대인답다고 하기는 어려운 단어사용이었거든요. 그의 소문은 이미 거란에까지 알려졌을만큼 유명했군요. 하긴 오서요동경에서 전조가 묘강시독을 해독하지 못해 죽어갈 때, 마한이 말하기를 '그간 전대인이 쌓은 명성이면 모두들 도와줄것이다'라고 한 데서도 전조의 높은 유명세가 증명되지만, 거란까지 알려져 있다는 점은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진빙희의 일은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일단 야율몽룡에게 시집보내려던 진부인은 자신의 계획이 좌절되어 그 분풀이로 청혼하러 온 장홍조를 박대하고, 그나마 진팽년은 딸의 마음을 고려해 그를 받아주려 하지만 장홍조가 그의 면전에서 진팽년의 스승 방태사를 모독하는 발언을 하자 진팽년도 떨떠름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 때 진빙희가 나타나 자신의 목숨을 걸고 결혼하겠다고 주장한 끝에 겨우 혼사는 성립이 됩니다. 여기서 일이 모두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야율몽룡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우선 진팽년에게 지시하여 장홍조를 거란에 보내 진빙희와 떨어뜨리고는 요국첩자라는 죄명을 씌웁니다. 야율몽룡의 계획대로라면 장홍조가 벌써 죽었어야 했지만, 그는 진팽년이 거란측에 보낸 밀서를 가진 채 송나라 개봉의 집까지 도망쳐 옵니다. 그 때 야율몽룡의 행적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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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팽년은 요국에 송나라의 모든 군사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야율몽룡이나 진부인(연비)으로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첩자라는 정체가 밝혀져 송나라에서 그를 죽인다면 요나라측은 매우 곤란해집니다. 장홍조를 죽이려는 이유도 진팽년이 첩자라는 명확한 증거를 가졌기 때문이지요. 진부인의 지시도 있고해서 야율몽룡이 여러차례 장홍조를 찾아 죽이려 했지만, 마차에 매달리는 등 고생고생해서는 개봉 서쪽 폐가로 겨우 도망칩니다. 이 때 진빙희는 아버지가 첩자라는,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듣고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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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권은 개봉부를 향하면서 진팽년의 밀서를 갖고 있었는데 이 역시 야율몽룡에게 탈취당합니다. 야율몽룡은 영롱을 다그쳐 진빙희 일당의 아지트(!)를 밝혀내고 군사를 보내 장홍조를 잡고 송나라에서는 자기 뜻대로 '사랑의 힘으로 널 용서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방태사에게 장홍조를 넘깁니다. 방태사는 개봉부가 개입하기 어렵도록 대리사에게 장홍조를 심리하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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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사에서는 장홍조를 당장 그 다음날로 죽일 예정이었습니다. 포대인이 황제에게 모든 일을 해명하고 그의 사면을 받아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여 일단 죽은 것처럼 꾸미기 위해 가사상태에 빠지게 하는 약을 먹인 것입니다. 덕분에 성공적으로 처형을 막고 장례를 치른 것이지요. 개봉부 사람을 제외한 모두를 속인 덕분에 처음엔 야율몽룡까지도 속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의심이 들어 진빙희를 부추겨 관을 열도록 했습니다. 빙희는 물론 장홍조를 사랑하지만 야율몽룡에 대해서도 그가 요국인이라는 점에만 유감이 있을 뿐, 깊은 신뢰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진팽년을 죽였고 전조에게 체포되어 심리를 받지만, 증거가 거의 완벽함에도 외국사신이라는 신분때문에 포대인조차 그를 쉽게 처형하지 못하고 대사관에 구금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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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엔 왕승상과 방태사가 함께 있었습니다. 원래 왕승상은 포대인의 편을 들어주었지만 방태사가 전쟁의 위험성을 역설하자 귀얇은 승상께서는 곧 방태사쪽으로 돌아섭니다. 그 후 등장한 팔현왕 덕분에 포대인은 자신의 소신대로 이번 일을 이끌어나가려고 합니다만, 이 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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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라의 좌승상 야율홍이 야율몽룡을 구하기 위해 파견됩니다. 그는 북방의 포공으로 불릴만큼 강직하고 수완이 뛰어난 인물로 외교사절로 요나라에 머물었던 포대인과는 안면이 있는듯 합니다. 덧붙여 북방의 포공은 칠협오의의 포공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을 캡처한 이유는 포대인의 말이 상반되기 때문입니다. 분명 야율몽룡에게는 자식도 죽이는 황제라고 했는데 야율홍에게는 후덕하다니요? 물론 가정생활과 정치적인 성향이 전혀 다른 왕들은 몇 있었습니다만, 이 당시의 요나라 황제도 그랬던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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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는 황제의 총애받는 후궁 신분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둔 채 나라를 위해 아무 연고도 없는 타국에 나가 말 그대로 정략결혼을 한듯합니다. 엄청난 희생을 치른 셈이고, 야율몽룡의 실수로 진팽년이 죽어버리지만 그녀의 노력은 다행히 요국에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목적을 위해 독하게 행동했으나 외로움도 마음 한구석에 있었던지 빙희에게 어머니라고 불리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러워 하는 일면도 보여줍니다.

몇몇 에피소드를 종합해보건데… 포대인은 자기 무서운줄 모르는 어리고 천진한 아이들을 참 좋아합니다. 앞서 설아의 부탁을 수락한 이유도 그렇고, 이런 따뜻한 모습도 그렇고요. 만약 진빙희나 장홍조 등이 중독되었다면 절대 이런 태도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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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율몽룡이 야심이 컸고 그로인해 많은 사람들을 죽였지만 빙희에 대해서만은 진심이었고, 설아의 일에 대해서는 야율몽룡 스스로도 큰 충격을 받은 모양입니다. 다른 사건들보다 본인 스스로가 죄책감을 느낀 사건도 설아의 중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해약을 주지 않았던 것은 아마 야율몽룡조차도 해약을 갖고있지 않았던 때문이겠지요. 포대인의 뜻대로 두 남녀의 사랑도 이루어졌고, 야율몽룡의 잘못으로 야율홍은 더 이상 세폐 등의 요구조건을 제안할 수 없었기 때문에 화친에도 성공했음에도 악인의 처벌만으로 모든 일이 끝나지 않은 몇 안되는 에피소드 중 하나입니다. 설아는 마지막까지 중독된 상태로 끝이 납니다. 포대인의 명령으로 인해 나중에라도 전대인이 독을 빼내줬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머엉)

야율몽룡은 조조와 달리 아무 목적도 이루지 못했고 파란만 잔뜩 일으키고는 용작두에 죽게 됩니다. 송나라의 황족이 아니어도 신분이 황족이라면 용작두에 죽을 수 있나봅니다.(죽는 마당에 그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마는-)
어쨌든, 개인적으로 이 분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나빠져 있으므로 다음엔 청룡주를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