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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 project/包靑天

<혈운번전기> 사랑하는 이의 앞에서 죽는 것

고전적이어서 아름다운 감정이 오가는 사랑이야기.
너무나 사랑한다는 미명 하에 그 사랑을 과격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이나, 자신의 감정을 전혀 조절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울 슬픈 이야기.

요공대사는, 피냄새를 맡으면 그 피를 흘린 사람의 전부 빨아들여 순식간에 살해해버리는 혈운기를 갖고 있었다. 대사는 혈운기의 마성을 없애기 위해 정의의 수호자의 피, 즉 포청천의 피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포증을 찾아가던 중 여자객의 습격을 받는다. 싸우는 소리를 듣고 전조가 나타나지만 싸움에 휘말려 쓰러지고, 여자객은 결국 요공대사를 죽인다. 요공대사는 죽기 직전, 어린 제자 징인에게 혈운기를 주면서 반드시 포증에게 전하라는 유언을 남긴다. 싸움이 끝난 후, 여자객은 쓰러진 전조에게 다가와 약을 먹여 구해준다. 전조는 여자객의 팔에 걸린 옥패를 보고는 의식을 잃는다. 징인은 어렵사리 포증에게 혈운기를 전하고 그간의 사정을 설명한다.

다음 날, 갑자기 비가 쏟아지자 전조는 비를 피하지 위해 어느 정자로 들어간다. 정자에는 이미 비를 피하고 있던 여자가 한 명 있었다. 둘은 한동안 어색한 침묵을 지키다가 전조가 그녀 팔목의 옥패를 발견하게 되어, 그녀에게 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그녀는 자기의 옥패는 흔한 물건이고 그가 착각한 것이라며 둘러대지만 전조는 쉽게 속지 않는다. 그가 옥패를 자세히 보려고 그녀의 손목을 잡자 그녀는 전조의 잡은 손을 물어뜯으려 한다. 그 모습에 전조가 황급히 손을 놓아버려 그녀가 뒤로 넘어지려 하는 것을 전조가 붙잡아 넘어지지 않는다. 그 때 그녀에게 하인이 우산을 가져다주어 그녀는 말없이 자리를 뜬다. 전조는 비를 맞으며 그녀를 쫓아가 공무때문에 그랬으니 용서하라며 한 마디를 더 남긴다.
"이 전조는 결코 경박한 사람이 아니오."
그녀는 전조에게 자신의 우산을 주고 하인과 함께 우산을 쓰고 사라진다.

그런데 갑자기 개봉부에 연곤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중병을 앓는 자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쓰려고 하니 혈운기를 빌려달라고 청한다. 혈운기는 한 사람의 피를 빨아들이면 한 사람을 살려낼 수 있다고 전해지는데, 연곤은 자기 목숨을 바쳐 아들 호운을 살리겠다고 말한다. 그 때 여자객이 개봉부에 침입하여 혈운기를 훔치는데, 달아나려는 사이 포졸에게 들키자 여자객은 포졸의 몸에 작은 상처를 내고는 혈운기를 써서 죽여버리고 만다. 관아 사람들이 뒤늦게 나타나 싸움이 벌어지는데, 여자객은 혈운기를 놓친 채 도망치지만 그 와중에 옥패를 떨어뜨린다. 전조가 자신을 기억하리라 생각한 그녀는 하인에게 옥패의 모조품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혈운기는 포졸의 피를 마신 상태였기 때문에 연곤의 피를 먹일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호운에게 혈운기를 가져가 전신을 덮어보지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즈음 연곤의 딸 채운이 나타나 혈운기의 효력을 보려면 49일간 덮어두어야 한다는 말을 한다. 채운은 호운만 살리면 친부의 복수를 돕겠다는 연곤의 약속이 있었기에 시간을 벌기 위해 거짓말을 했지만, 개봉부 사람들은 그 말을 믿고 돌아간다. 전조는 채운이 가짜옥패를 지닌 것을 보고 그녀는 여자객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에게 곧 우산을 돌려주겠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연곤과 연채운 모두 시간을 보내도 뾰족한 방법을 떠올리지 못하자, 채운은 여자객의 모습으로 징인에게 나타난다. 그리고 요공대사의 사리를 빼앗아 동쪽의 폐가로 오지 않으면 사리를 없애버리겠다고 협박한다. 그러나 채운은 빠져나가는 길에 전조에게 잡힌다. 전조가 그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이, 자객은 독이 묻은 칼로 그의 다리를 긋고 도망가버린다. 부상을 입고 돌아온 전조를 보고, 포증은 그녀의 무공이 그렇게나 강하냐고 묻자, 전조는 그녀가 자신을 한차례 구해준 적이 있어서 마음을 놓고 있었다고 답한다. 의원을 불러 치료를 받았더니 전조가 당한 것은 독이 아니라 연가에서만 통하는 진통제로 쓰는 약이며, 잠시 요양하면 된다고 말해준다. 징인은 원래 여자객의 말을 듣지 않고 공손책과 전조의 힘을 빌릴 생각이었으나 전조의 부상소식을 알고는, 전조가 힘이 되어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혼자 폐가로 향한다.

폐가에 간 징인은 다시 여자객 채운을 만난다. 채운은 혈운기로 사람을 살리는 방법을 묻지만, 그것은 요공대사가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말한다. 때려도, 스승의 사리로 위협해도 모른다고 일관하자 그녀는 일단 징인을 폐가에 묶어둘 심산으로 그리 강하지 않은 독약을 먹인 다음, 이 곳을 나가면 독이 온몸에 퍼져 죽을거라고 말해두고 집으로 돌아간다.

채운은 집에 돌아가 아버지 연곤의 대화를 우연히 듣고, 그녀의 친부 축대맹은 요공대사의 손에 죽었으며, 요공대사는 연곤의 모함때문에 축대맹을 죽였다는 것, 연곤의 아내 유옥랑은 원래 축대맹의 부인이었지만 연곤이 남의 아내를 빼앗고도 모자라서 축대맹까지 살해했다는 내용을 알게 된다. 그 때부터 채운은 연곤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워 혈운기를 이용, 무고한 사람들을 마구 살해하여 연곤을 궁지에 몰기 시작한다.

혈운기가 사람을 해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포증은 연곤을 불러 이에 대해 물어보지만 그에게서는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한다. 다만, 혈운기가 사람을 해친 것은 확실하므로 전조를 연부에 보내 혈운기를 감시하기로 한다. 연부에 돌아간 연곤이 이 일을 채운과 상의하자, 채운은 전조가 연부에 있으면 연곤에게 혐의를 씌우고 자신이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 그래서 전조가 있으면 혈운기의 사용방법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는 핑계로 전조를 따돌리겠다고 한다.

그 즈음, 징인이 머물던 폐가에 왠 험상궂은 남자가 찾아와 술과 고기를 두고 간다. 징인은, 고기는 살생이라 먹을 수 없지만 술은 괜찮으리라고 생각하여 술을 마셔 허기를 달랜다. 그러나 이는 독을 빨리 퍼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징인은 결국 중독되고 만다. 한편 연곤은 채운의 말을 믿고 전조를 따돌리려는 계획을 도울 생각에 채운의 말대로, 전조에게 동생 호운의 약을 지으러 간 채운이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으니 찾아봐달라는 부탁을 한다. 채운을 찾아다니던 전조는 다시 여자객을 발견하고, 그녀는 징인이 있는 폐가로 그를 유인하고는 변장을 풀어, 자신도 자객에게 붙들려 왔으며 자객은 이미 도망가버렸다고 뒤따라온 전조에게 거짓말을 한다. 전조는 그곳에서 행방불명되었던 징인이 중독된 것을 보고 독을 없애주려 하지만, 채운이 몰래 방해하는 바람에 징인의 독이 전조에게 옮겨지게 된다.

전신에 독이 퍼져 움직이지 못하는 전조에게서 채운은 자신의 옥패를 발견하고 자기가 갖고있던 모조품과 바꿔치기한다. 채운은 그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지만, 함께 있던 징인은 채운의 목소리나 눈빛 등을 보고 여자객이라는 의심을 품는다. 게다가 전조의 약에 다른 약을 섞는 모습까지 보고는 심증을 굳히게 된다.

채운은 연곤을 파멸시키기 위해서, 또 전조에게 약을 가져다 주기 위해서 여러번 자리를 비운다. 징인은 그 기회를 틈타 폐가를 탈출하려고 해보지만, 무거운 전조를 끌고가는 것은 무리. 그래서 혼자 개봉부로 돌아가 도움을 청하려는데, 길목에서 채운을 만난다. 징인은 그녀에게 자객이 아니냐고 묻고, 그녀는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녀는 징인을 죽이려 하지만, 우연히 징인의 팔목에 있는 점을 발견하고, 채운이 7년 전 잃어버렸던 동생 청운이 바로 징인임을 알게 된다.

전조는 그 사이 잠깐 정신을 차려 주변에 떨어져있는 약봉지를 확인하고, 채운이 자신의 회복을 지연시키려 했음을 알게 된다. 친누나를 차마 고발할 수 없었던 징인이 채운과 함께 돌아오자, 전조는 채운이 건넨 약을 실수로 놓친 척하며 채운의 약을 먹지 않고 채운이 자리를 비우도록 유도한다. 그러자 전조는 징인에게 개봉부에 가서 사람들을 불러오라고 부탁하지만, 징인은 밖에서 미적거리다 길을 모르겠다며 폐가로 돌아와버린다.

포증은 전조가 채운을 찾으러 갔다가 함께 실종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연부를 의심하여, 채운이 여자객일 가능성을 제시하고 전조가 붙잡혀 있을거라는 추측을 내놓는다. 곧 장용과 조호에게 연부를 감시하라고 명령한다.

되돌아온 징인을 보고, 전조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서라도 꼭 개봉부에 가 달라고 간청한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폐가를 나선 징인은, 채운을 만나 전조가 지시했던 일을 전한다. 시장에서 채운을 발견하고 미행했던 장용과 조호는 징인과 채운이 만나는 것을 보고 부근을 수색하여 전조를 찾아 해독시켜 준다.

채운은 징인을 데리고 연부로 돌아가는데, 그 때 하인으로부터 연곤이 혈운기로 살인을 한 혐의로 개봉부에 잡혀갔다는 말을 듣는다. 채운은 징인과 함께 호운의 방에 들어가 자객의 복장을 하고는, 자객과 채운은 함께 사라질거라며 개봉부에 돌아가라고 징인에게 말한다.

그녀는 전조가 있던 폐가에 찾아가 피묻은 옷을 내보여 채운이 죽은 것으로 알게 하려고 하지만, 전조는 옷에 묻은 피가 사람의 피가 아니라는 걸 눈치챈다. 그녀와 싸워 복면을 벗겨내고 자객이 채운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하지만, 전조는 그 과정에서 손에 가벼운 상처를 입는다. 그 때문에 그녀가 갖고있던 혈운기가 발동하여 전조의 피를 빨아들이기 시작하자, 채운은 놀라 자기 손목에 피를 내 혈운기를 유인하려 한다. 혈운기는 흡혈을 멈추고 그녀에게 오지만 피를 빨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준다. 바로 채운이 지닌 옥패가 혈운기와 같이 있어야 치유의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그녀는 전조를 살려보려 하지만, 그녀를 살렸기 때문에 그 상태의 혈운기로는 누군가를 살려낼 수 없었다. 그래서 인근의 야경꾼을 죽여 그 피를 혈운기에 먹이고 전조를 살린다. 전조는 그녀를 도저히 체포하지 못하고 놓아주면서, 다음엔 반드시 잡을 것이라고 말한다.

전조는 개봉부에 돌아가 재판정 앞에 무릎을 꿇고 포증에게 죄를 물어줄 것을 청한다. 포증은 전조 역시 인간이니 말못할 고충이 있겠지만 그녀를 놓아준 것은 잘못이라며 그를 책망한다. 전조는 여러차례 어떤 처벌이라도 감수할 뜻을 밝히며, 공무를 수행하자니 박정하고, 사적인 감정에 치우치는 것은 집법자의 본분이 아닌데 과연 어느쪽을 선택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결국 그는 관모를 벗어두고는 채운을 잡은 다음에 벌을 받겠다며 개봉부를 나선다.

한편 채운은 축대맹의 심복이었던 임전을 만나 엄청난 사실을 듣게 된다. 연곤과 유옥랑은 원래 정혼한 사이였고, 두 사람의 결혼식을 본 축대맹이 옥랑에게 반해 그녀를 겁탈했다는 것. 그런데 임전과 채운이 대화를 나누는 도중 사대호법이 난입해 임전은 그들을 막고 채운을 피신시키려 한다. 하지만 도망치는 그녀 앞에 관모를 쓰지 않은 전조가 서 있었다. 채운은 다시 만나면 보내주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냐며 아무런 저항없이 개봉부로 따라간다. 그녀가 감옥에서 재판을 기다릴 때, 전조가 찾아간다. 전날 빌려준 우산을 돌려줄 기회가 없었다면서 우산을 건네주는데 채운은 우산을 놓치며 슬픈 낯빛을 한다.

재판이 시작되자 채운은 모든 죄를 시인하여 사형을 언도받고, 그녀 대신 혐의를 받고 있던 연곤은 무죄방면된다. 채운은 마지막으로 호운을 살리고 죽겠다며 포증에게 간청한다. 포증은 이를 수락하는데, 막상 그녀의 피를 마시게 하려고 하자 혈운기가 포증에게 반응하여 마성이 사라져버린다. 혈운기가 마성을 잃으면 결국 누구도 살릴 수 없지 않느냐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채운은 마성을 잃은 혈운기는 그 때부터 단 한 명만 살릴 수 있다고 답해준다. 그리고는 마성을 잃기 전에 피를 먹이려고 전조의 칼을 뽑아 자살한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막지 못했던 전조가 그녀에게 대체 왜 그랬냐고 묻자, 그녀는 전조에게 안긴 채
"당신 품에서 죽고 싶었어요."
라며, 조용히 숨을 거둔다.

전조는 채운을 사랑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약에 독을 탄 사실을 알았을 때 죽는한이 있더라도 개봉부로 돌아갔을 것이다. 반대로 채운 역시 전조를 사랑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독을 쓸 때 단지 회복을 지연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죽여버리는 약을 썼을텐데 그녀는 차마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채운은 전조의 호의를 다분히 악의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나는 그녀를 옹호하고 싶지가 않다. 그녀는 복수의 화신이었다. 말 몇 마디에 7년간 부친으로 여기고 따르던 연곤에 대한 태도가 돌변했으며, 복수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아무 원한이 없는 전조를 중독시킨다.

채운과는 달리 집법자라는 위치에 서 있던 전조가 그녀를 더 사랑했다. 채운은 감정에 따라 움직일 수 있었지만 그는 감정적이어서는 안되는 사람이었다. 채운은 복수만을 위해 행동했지만, 전조는 사랑을 하면서 자신의 위치도 함께 고려하고 있었고, 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그 때문에 이제껏 쌓아올린 것들을 모두 버려야하는 상황에까지 다다르기도 했다.

게다가 마지막 장면.
채운은 죽어버리면 끝이겠지만, 전조에게는 사랑하던 사람이 자신의 칼로 자기 앞에서 죽는 광경을 영원히 기억해야하는 고통을 남겨주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지기보다는, 곁에 머물러주기를 바라는 것. 그게 과연 사랑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