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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 project/包靑天

<단편> 따뜻한 여름이야기

08-29 02:33 | HIT : 248




"어떻게 생각하나? 허락하지 않으실 것 같나?"
"글쎄, 모르겠네. 확실히 요즘 별다른 일이 없으니…"
"원래 악인들도 이처럼 더운 날씨엔 지쳐서 잘못을 저지르기 어려운 법일세. 그러니 안될것도…"
"대체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는 어디서 주워들었나, 왕조?"

전조가 정청으로 막 들어오려던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래는 그들 틈에 섞어 가벼운 인사라도 나눠볼 생각이었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재미있는 이야기의 결론이 재미없게 나버릴 터. 예의가 아닌줄은 알았지만 그냥 문 옆에서 이야기를 엿들었다.

"그, 그야… 물론 근거는 없지만 더우면 정신도 멍해지고 움직이기 귀찮아지잖나."
"나도 그래. 시원한 수박이라도 한 통 먹어봤으면 원이 없겠다."
"난 차가운 계곡물에 딱 하루만 들어가있다 나왔으면."
"그만그만, 우리 넷이 그렇게 다 빠져나가면 개봉부 일은 누가 하는데?"

장룡의 우렁찬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전조의 귀에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소리가 나던 쪽으로 얼굴을 좀 더 기울여봤지만, 역시 마찬가지. 굳이 이들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이들의 결론은 자신들은 개봉부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 전조는 포증의 집무실로 발길을 옮겼다.

"개봉부 일이라면 판결은 포대인이, 서류 정리는 공손선생이, 개봉부 경비는 전대인이 하실테니 며칠정도 우리가 빠진다고 해도 걱정없잖아?"
"그런가?"

장룡마저 세 호법의 의견에 동조하고 말았는데, 조호의 말이 맞다고 여겨서인지, 그저 즐거운 휴가의 유혹이 너무 강해서였는지는 파악하기 어려웠다.




"대인."
"전호위, 무슨 일인가?"

요즘 날은 더웠지만, 개봉은 별다른 사건없이 조용했다. 그 흔한 절도사건 피해 신고도 들어오지 않았고, 방태사도 며칠간 유람을 떠난 터라 조정에서도 의견충돌없이 잘 넘어가고 있었으니 오늘 포증의 시선은 여느 때보다 더 부드러웠고 더 따뜻했다.

"궁에 막 다녀오는 길입니다. 그보다 대인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만, 드려도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이에 못할 이야기가 무엇인가? 해보게나."
"아무래도 네 호법들이 더위에 많이 지친듯 합니다. 잠시 쉬도록 할 겸 하루이틀정도 밖에 나갈 수 있게 휴가를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포증이 빙긋이 웃었다.

"네 호법이 내게 그리 말해달라고 자네에게 부탁하던가?"
"아닙니다. 만약 제게 그런 청을 해왔다면 오히려 들어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네는 분명 그런 사람이지."

전조를 향해있던 시선을 조용히 피해 읽고 있던 책으로 눈길을 돌렸다. 전조는 조금 당황하여 함께 그가 보는 책으로 시선을 향했다. 제목은 보이지 않았지만, 책의 몇 구절을 살펴보니 전조도 한 차례 읽었던 노자였다.

"그럼 내 휴가를 줄 터이니 다녀오라고 하게. 이 책에서 말하는 바에 동의하지는 않네만 만물은 물 흐르는대로 두는 것이 좋다하니 쉬고 싶다는데 잠시 더위를 피하는 것이 무에 그리 나쁘겠나?"
"감사합니다. 대인."

고개를 약간 숙이며 전조가 포권을 했다.

"자네가 왜? 오히려 자네에게 호법들이 고마워해야 하지 않나?"



똑똑.
날이 저물자 전조는 조호의 처소를 찾았다. 조호는 언제나처럼 반갑게 그를 맞아주었다. 항상 아침잠이 많고 밤잠을 늦게 이루는 그의 방을 찾은 게 전조로서는 다분히 계산된 행동이었지만 어쨌든 좋은게 좋은거라고 왠일인지 왕조가 함께 있었다.

"자네는 항상 일찍 자더니 오늘은 왠일인가?"

왕조는 말문이 막혔다. 전조는 전형적인 강호인으로서 풍류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 좀 놀러가고 싶은데 포대인께 어떻게 말씀드리면 좋을지 조호와 상의하고 있었습니다.'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어쨌든 좋은 소식을 가져왔네."

고맙게도 스스로 말을 이어준 전조. 왕조는 사실 할 말이 없었고 조호는 거짓말에 능숙하지 못한 그를 알았기 때문에 무슨 이상한 말이라도 내뱉지 않을까 불안하던 차였다.

"날이 더운데 넷이서 물놀이라도 다녀옴이 어떠한가? 포대인께서 내일과 모레 이틀간 자네들과 장룡, 마한에게 휴가를 주겠다 하셨네."

오오, 그토록 고대하고 기다리던 말이 아니던가. 사실 왕조와 조호는 별별 핑계를 다 구상하던 터였다. '업무능률이 급격히 저하되는 이 모든 원인은 저 더위, 더위때문이니 하루만 쉬게 해주십시오.'라고 편지를 써서 허락을 얻어낼까, 아니면 그냥 나갔다 돌아온 다음 죄를 물어달라고 청할까, 그도 아니라면 더위먹은 척 쓰러져 더위를 못참는듯 행동하면 다른 호법들도 걱정되어 함께 내보내주시지 않을까 등등 별 쓸모없는 계책을 들어주느라 왕조는 잠도 못자고 조호에게 붙들려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적당히 아는 곳을 찾아 가까운 장소로 가는 게 좋을듯 싶네. 내 아는 곳으로는 개봉성 북문 십리허에 있는 산 속 계곡물이 시원하고, 그 근처 인가에서 수박을 팔고 있으니 하나쯤 사서 먹게나."
"아닙니다. 저희가 뭐 한게 있다고, 읖!"

조호가 왕조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살짝 찔렀다.

"감사합니다. 전대인. 내일 아침일찍 포대인께 인사드리고 다녀오겠습니다."

한층 더 씩씩해진 조호의 목소리에, 전조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럼 전대인이 오늘내일 우리들에게 휴가를 준다고 하셨단 말이지?"
"포대인의 명을 전한다고 하셨으니 틀림없을걸세. 전대인이 언제 우리를 속이신 적이 있는가?"
"전대인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시기가 너무 공교롭게 맞아떨어지는게 놀라워서 그러네. 바로 어제 조호가 처음 이야기한건데 당장 오늘부터 휴가라니."
"음, 자네 말도 일리가 있군."

왕조는 전조가 돌아간 직후 곧바로 자기 처소로 돌아와 잠을 청했고, 조호의 이른바 '여름맞이 단합대회 및 농땡이'계획의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졸린 눈을 간신히 뜨고 있던 그는 이내 잠에 빠졌다. 그리고 새벽에 깨어나 마한과 함께 순시를 돌다가 휴가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자네 말대로라면 이제 포대인께 인사드리고 나가면 되는건가? 어디로 갈지는 생각해봤고?"
"개봉성 북쪽으로 십리정도 가면 계곡이 있고 그 곳에 수박밭이 있을거라고 전대인이 말씀하셨네. 조호도 어제 별다른 말이 없었으니 그리 가는게 시간적으로 가장 낫지 않겠는가?"
"계곡에 수박이라… 어제 내가 수박 이야기를 하고, 조호가 계곡물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왜 그리 의심이 많은가? 모처럼 기회이니 하루 편히 쉬고 오세. 너무 깊이 생각할 것 없네. 개봉부 사람들을 의심한대서야 말이 되는가?"
"으응, 그래. 미안하네."

일단 이야기는 그렇게 마무리지었지만, 마한은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여러 사연이 있었지만 네 사람은 짐을 조금씩 챙겨 떠날 수 있었다. 사연 중 하나는 조호가 장룡에게 휴가를 얻었으니 이제 떠나면 된다고 말했을 때, 어찌 세 분께 그 엄청난 일을 떠안기고 편안히 여름놀이를 갈 수 있느냐고 강력히 주장했다가 지나가던 왕조·마한이 보내는 싸늘한 시선에 굴복하고 만 것, 다른 하나는 오늘따라 포증만 깨어있어 인사를 조금 아쉽게 남기고 왔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휴가가 못내 석연치 않았던 마한에게는 왠지모를 불안감이 더해갔다. 공손책이나 전조 모두 새벽같이 일어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랜만에 관복을 벗고 길을 떠났다. 개봉성 북문 십리허라면 반시진안에 갈 수 있었다. 수박을 사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늘 분신처럼 지니고 다니던 검 한자루씩만 찬 채였다.

"장룡, 자네 왜 그러나? 놀러가는데 표정이 그래서야 말이 되나?"
"음, 아무리 생각해도 세 분께 죄송해서. 그런데 자네도 내 얘기를 할 때가 아닌듯한데."
"나는 뭔가 이상해서 그러네만… 아닐세, 신경쓰지 말게."

이들의 생각은 뒤로한 채, 앞으로 걸어가는 조호의 발걸음만은 언제 뛰어오를지 모르는 개구리처럼 경쾌했다.



"전대인은 이런 곳을 어떻게 아셨지?"
"번잡한 개봉성 주변에 이런 곳이 있을줄이야… 이 곳만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군. 가을처럼 시원해."
"일단 수박부터 먹자. 내가 사올게."
"아, 같이가, 조호. 마한, 장룡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오른편으로는 깎아지른듯한 폭포가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잊을 수 있었고, 이 곳으로 들어오는 길 외에는 사방이 막힌 구조였다. 마한과 장룡도 일단 걱정을 잊고 신발을 벗어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정말 차. 겨울이 되면 얼어버리려나?"
"겨울이 되면 여기를 싫어할지도 모르겠군. 하하."

마한은 걱정을 잊은듯 웃어보였다. 그런데 함께 발장구를 치는 사이 왕조와 조호가 돌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 뒤로 한 사람이 더 보였다.

그를 발견한 장룡은 일어나서 신발을 신으려 했다. 마한은 누군지 선뜻 기억이 나지를 않아 그대로 앉아있었지만. 그런데 좀 더 가까이 온 그를 보니 언젠가 흰 옷만 입고 다니는 누군가의 기억이 났다.

"아, 백대협이시군요. 미처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아니, 괜찮소. 고양이가 여길 좋아해서 나도 여름이면 잠깐씩 짬을 내 찾아오곤 했었는데, 이번엔 뜻밖의 분들을 뵙는군요."
"전대인은 안오십니다. 포대인이 저희에게 휴가를 주셨는데…"
"안온다고요? 그럼 내 당장 개봉부로 쳐들어가…"

백옥당의 과격한 발언에 네 호법들은 흠칫 놀랐다. 그래도 뭔가 대답할 말을 생각해낸 것은 왕조였다.

"저희 넷이 모두 나와서 그러잖아도 바쁘실텐데 백대협이 가시면 전대인을 더 힘들게 만드실겁니다. 그러지 말고 전대인 대신 저희와 함께 있는건 어떻겠습니까?"
"내가 왜 고양이두고 조무래… 헙!"

생각을 거치지 않고 입이 혼자서 말을 했지만, 손이 결정적인 순간에 입을 막아주었다. 다행스럽게도 호법들은 백옥당이 하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러지요. 그런데 무슨 수박을 네 통이나 사셨습니까?"
"백대협은 모르십니다. 짙은 색깔의 관복을 입고 하루종일 움직이는 게 어디 쉬운줄 아십니까? 여름이면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고요."
"포대인은 입궐할 때나 심리할 때가 아니면 관복을 입지 않고 관모를 쓰지 않으시니 괜찮으실거고, 전대인의 관모는 머리 위만 덮고 있어 조금 낫지만 저희들은 어깨아래까지 내려오니… 여름만 되면 정말 죽을맛입니다."

왕조와 장룡은 대화는 아랑곳않고 수박을 깨끗이 잘라 우적우적 먹었다. 그나마 간간이 씨를 뱉어내는 모습에서 그들이 정신을 차리고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럼 이걸 다 드실겁니까?"
"네. 오랜만의 수박인걸요. 그리고 대여섯통 더 사서 개봉부 식구들에게 맛보여야지요."

어쩌면 여름나기에 이토록 열심일까. 생각해보면 백옥당은 여름이라는 계절을 그토록 고통스럽게 보낸적이 없었다. 전조는 수박의 달고 시원한 맛을 좋아하기에 조금 먹어봤지만, 백옥당은 수박을 먹을때마다 끈적끈적한 느낌이 손에 남는 게 싫어서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씨를 뱉어내야 한다는 것도 귀찮았다.

또 그가 지내는 함공도에는 여름이면 늘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와 덥다는 걸 잘 모르고 지내왔다. 조금 덥다 싶으면 언제든지 눈에 보이는 바다에 들어가버리면 그만이었다. 장평과 함께 놀면 항상 물을 먹었지만 더위는 잊을 수 있었다.

호법들이 말하는 것이 비단 호법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리라. 전조가 비록 저들보다 덜하다는 게 사실이더라도 고생은 하고 있겠지. 이맘때쯤이면 어떻게든 여기 온다고 하길래 와봤는데 자기 대신 호법들만 보냈구나.

"포대인이나 고양…"

고양이라는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날카로운 여덟개의 눈이 자신을 쏘아보는 걸 느꼈다.

"아니, 전조는 이번 여름에 수박을 먹었나요?"
"포대인은 입궐하셨을 때 폐하와 함께 진상품으로 올라온 것을 조금 잡수셨다고 했습니다. 공손선생과 전대인은 그간 여기저기 다니느라 바쁘셨으니 그럴 여유가 없었을 겁니다."

마한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왕조와 조호는 이제서야 신발을 벗고 있었는데, 백옥당만은 뭐 그리 궁금한 게 많은지 계속 서서 묻기만 했다.

"백대협은 덥지 않으십니까? 들어오시지요."

조호가 말했지만, 백옥당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붉고 긴 관복을 입은 전조에 대한 생각, 먹고싶은 수박도 못먹고 열심히 경비나 돌 전조에 대한 생각, 더위를 피할 자리에 자기 대신 아끼는 부하들을 보낸 전조에 대한 생각을.

"아닙니다. 저는 일이 생겨서 먼저 가 볼테니 천천히들 놀다 오십시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가볍게 포권을 하고는 갑자기 어딜가나 했던 그 순간.

"아, 수박 한 통만 가져가겠습니다."
"백대협, 그게 얼마짜린데…"

물에 발을 담가 얼른 움직이지 못했던 호법들에 반해 백옥당은 경공술로 순식간에 자리를 뜨고 말았다. 그 새 장정 네 사람은 수박 두 통을 먹어치웠고, 왕조가 새로 한 통을 쪼개려던 찰나였다.

"놔둬. 개봉부에 가져갈 것 같은데."

마한이었다.



함공도에서 개봉까지 오는건 옆집 드나드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다. 거리가 얼마이며 그 사이에 머물어야 할 객잔이 얼마나 많은지 전조라면 충분히 알 것인데도 늘 오던 시간에 오지 않고 백옥당을 찾아오게 만든것에 분개했지만, 오른팔에는 어울리지 않게 수박을 한 통 끼고 있었다.

한낮을 조금 넘긴 시간, 정문을 통해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포대인이 나오고 공손선생이 나오는 등 절차가 복잡해질 것이다. 그래서 담을 넘어 어렵지 않게 전조의 처소로 들어갔다.

"아니, 백형."
"응? 야, 고양이!"

한창 일할 시간이라 방이 비어있으리라고 생각하고 기다리려던 백옥당은 뜻밖에도 전조와 만날 수 있었다.

"너 왠일로 방에 있어? 어디 아픈거 아냐?"
"아프긴. 나도 사람인데, 일하다 잠깐 내 방에 들어오면 안되오? 그런데 왠 수박이오?"
"아, 이건 지난 여름에 너랑 만났던데서 사온건데.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넌 일벌레잖아."
"팔현왕부에 갔다가 사람들과 족구를 했더니 관복이 땀에 젖어서 옷을 갈아입으려고 잠시 들어온거요. 이제 고양이에서 벌레가 된 거요? 이거 엄청난 추락이구료."

때로는 대범하게, 때로는 더없이 반듯하고 단정하면서도 더위에는 장사없는 모양이었다. 하긴 어전사품호위가 푹 젖은 관복을 입고 다니는 것도 문제가 되니 이해못할 것도 아니었다.

"계곡에서 호법들을 만났어. 네가 왜 안왔는지는 그 멍청한 성격을 보아하니 더 물어볼 것도 없고, 농땡이 안 치는 대신 이거라도 먹어. 포대인께 바친다느니 헛소리하면 내 검이 멋대로 널 베어버릴지도 몰라."
"대인께선 얼마전에 황궁에서 훌륭한 수박을 드셨다며 개봉부 식구들에게 미안해하셨기에 이걸 먹는다고 해서 탓하지는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 여유는 가져도 괜찮아. 안 먹으면 계곡에 끌고가서 처박아버린다."

백옥당이 반시진 거리나 되는 곳까지 전조를 끌고갈 수 있을 리 없지만, 백옥당이 기껏 생각해서 직접 사온 선물을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그럼 백형이 잘라주시겠소? 난 관복을 빨아야겠으니…"

좋은게 좋은거라고 전조는 좋은 친구에게 편안한 미소를 선사했다. 백옥당은 얼떨결에 수박을 자르면서 손이 끈적거린다고 투덜대기는 했지만 말이다.